주도하고 있다는 착각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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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January 27, 2024

얼마 전 부쩍 화재 경보 혹은 소화기나 불 끄는 담요처럼 화재를 대비한 물품 광고들이 인터넷 브라우저에 부쩍 많이 나타났다. 유튜브 창에는 아예 동영상 광고도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이니 그런가보다 하며 단순하게 넘겼는데 너무 잦았다. 궁금증이 생겨 광고 몇 개를 클릭하고 시청해 보았다. 혹해서 아마존으로 들어가 검색하여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물론 아직 결제하지는 않았다. 있으면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맴돈다.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음속에 계속 떠오른다.

우리는 알고리듬에 익숙한 삶을 산다. 오죽하면 ‘당신이 무심결에 클릭한 것이 진정한 당신’이라는 말도 있다. SNS는 우리로 하여금 접속 상태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그래야 광고를 의뢰한 회사들로부터 노출 시간에 따른 광고비를 받는다. 하루 동안 70억의 인구가 인터넷에 머무르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20만 명의 사람들이 24시간 동안 SNS에서 머문 시간과 맞먹는다. SNS가 꼭 시간 낭비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모습이 아닌 것들을 보느라 인생을 낭비한다. 물론 생산적인 일을 위해 SNS를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대게 SNS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고르기 보다는 브라우저에 팝업 된 알고리듬이 추천해 준 영상들을 보게 된다. 1개만 보고 떠나는 사람은 드물다. 좀 더 자극적인 동영상 2-3개가 반드시 첫 번째 동영상이 끝난 후에 추천으로 뜬다. 쇼츠를 보다 3-40분이 훌쩍 지나버린 경험은 흔하다. 무한 스크롤의 편리함 역시 스크린을 쉽게 접을 수 없게 한다.

페북이나 쇼츠, 유투브 등 화면이 단순히 친추 순서에 따라 혹은 친구가 올린 순서에 따라 페이지가 구성되는 줄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머리 좋은 엔지니어들 덕분에 관심사에 따라 페이지 순서와 구성이 각자에게 다르게 나타나도록 AI가 설계한다. SNS 사용자의 취미와 성향을 분석한 AI가 맞춤형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이쯤 되면 내가 AI를 잘 이용하는 건지 AI가 나를 조정하는지 혼동이 된다. 추천을 따라 5개 정도만 더 클릭하면 벌써 알고리듬이 노리는 데로 우리는 SNS의 노예가 된다.

부쩍 불을 끄는 소화용품들이 올라온 이유는 최근 리튼 산불과 관련하여 조사를 많이 했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열망하고 있는지 AI는 알고 있다. 만약 AI에게 내 인생의 목적을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해줄까? 적어도 썩어 없어질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영원한 나라의 것들이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클릭수를 제한한다. AI의 추천에 주도당하는 삶을 살지 않고 영혼을 천국에 고정하려고 오늘도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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