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루엣의 비비안 사모님을 심방하고 나서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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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January 20, 2024

릴루엣의 브릿지리버 밴드 원주민 추장 브래들리 잭의 사모님 이름은 비비안 잭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냈다. 3년째 원주민 선교로 매너리즘에 빠져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던 그때, ‘이번 선교가 마지막이다.’라는 내 생각을 읽었던 것인지 마지막 폐회예배 설교를 마치고 설교단을 내려오는 나에게 “Caleb, Don’t give up my people! Never forget my children!”이라고 외친 분이다. 아직도 마게도냐 사람의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외침처럼 귓가에 맴돈다.

2주 전 친구 목사님을 통해 비비안 사모님 아들의 소천소식을 들었다. 장례일정에 맞춰서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페북을 하지 않아 장례식을 놓쳤다. 그래서 부랴부랴 친구 목사님과 함께 릴루엣을 방문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8년 전 큰 누나를 천국에 먼저 보낸 어머니께서 3일간 실신하신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아들의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비비안 사모님에게는 떠오르지 않은 위로의 말보다 함께 있어주는 것이 정답이겠다 싶었다.

눈 덮인 산길을 올라 4시간 만에 비비안 사모님의 집에 도착했다. 마당에서는 아들의 유품을 모두 꺼내 장작 위에서 태우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울음소리나 슬픈 분위기는 없었다. 음악을 틀어놓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기운이 흘렀다. 반가이 맞아주는 비비안 사모님과 간단한 대화를 했다. 정확한 사인을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면서도 결과와 상관없이 마음이 평안하다고 했다. 분명 자기 머리로는 슬픔과 좌절과 미어짐으로 가슴이 아프고 정신이 나가야 정상 같은데, 하나님께서 강력한 평안의 손길로 심장을 붙들어주고 계시는 것 같다고 고백하셨다. 그러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이 과연 천국에 갔을까 하는 걱정이 들 때 하나님께서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을 같이 부르는 아들의 음성을 환상가운데 듣게 하셨다고 했다. 그것이 본인의 착각이던 정말 하나님의 위로와 기적이던 알 길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자기 힘이 아닌 예수님을 의지함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계셨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비비안 사모님과 첫 만남 이후 18년이 지났다. 인생이 정말 ‘훅’ 하고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세상과 함께 숨을 쉬고 살아가는 나도 언젠가는 세상의 시간에 동참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 없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는 그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해 줄까? 그리스도 안에 있는 부활을 기다리며 슬픔의 순간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소망으로 이어지는 삶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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