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깨트리는 세 가지 중독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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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November 6, 2023

마약, 술, 성중독과 같이 육체적인 중독도 관계를 망치지만 못지않은 중독이 있다. 사랑, 감동, 공감 중독이다. 이 좋은 것이 ‘중독’이라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랑받고 감동받고 공감을 받고 싶은 욕구 자체는 선하다. 신뢰관계 속에서 이런 것들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좋은 배려라도 당연한 권리로 요구할 때 중독이 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분노한다면 중독이다. 사랑, 감동, 공감을 받지 못할 때 이성을 잃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금단현상은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중독자는 급기야 관계를 망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감동을 주려는 시도는 언제든 아름답다. 공감은 소통의 기본이다. 하지만 사랑하기보다 사랑만 요구하고 감동을 주기보다 감동만 받으려 하며 공감해 주기보다 공감만 받으려 하는 것이 문제다. 섬기려하기보다는 섬김만 요구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불편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주변 사람들이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문제인 것을 알지 못하는 것만큼 대책 없는 사람도 없다. 사랑, 감동, 공감은 상대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다. 내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다. 중독이 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의 감정, 인격, 의지를 공략하여 갈취하려고 한다. 그 결과 관계에 금이 간다.

어느 지하철에 민폐를 끼치며 뛰놀던 두 아들과 이를 방치한 아빠가 있었다. 보다 못한 승객들이 아빠에게 아이들 좀 말리라고 항의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신경쓰지 못했네요. 방금 제 아내 장례를 치르고 왔거든요.” 순간 주변이 숙연해졌다. 사랑, 감동, 공감의 중요성을 잘 표현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임을 간파한 사람은 드물다. 사랑, 감동, 공감 중독은 사실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성팔이’가 가능하다. 이런 불량식품만 집어 먹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뇌가 망가진다.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중독자가 많아서다.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파괴되는 이유도 사랑, 감동, 공감 중독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자기감정만 중요하니 관계를 보호하고 가꿀 힘이 없다. 중독에 빠지면 관계를 망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린다. 하지만 망가진 관계의 아픈 흔적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초보의 첫 걸음이나 낯설고 미숙해서 범한 실수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심이나 교만이나 권태로 인한 실수에는 위로와 격려가 독약이 된다. 사랑, 감동, 공감은 요구할 것이 아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중독은 관계를 망치고 실천이 관계를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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