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떨기나무 불꽃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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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September 18, 2022

목회와 병행하여 원주민 선교를 17년째 하고 있다. 10년간 릴루엣, 7년 전부터 리튼을 섬긴다. 왜 목회와 동시에 원주민 선교를 하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떨기나무, 가시덤불에 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명을 직접 받고 싶어 한다. 모세처럼 가시덤불에 불이 타오르되 꺼지지 않는 기적을 보기 원한다. 그러면 갈등 없이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모세와 같이 확실한 인도하심을 보여주시면 거룩한 땅에서 신을 벗고 주님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부르심은 신학적으로 반복되어서도 안 되고 반복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반복된다. 꺼지지 않는 불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던 나에게도 다른 형태로 기적은 찾아왔다.

원주민 선교를 한 지 3년쯤 지났을까? 목회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1주일을 선교에 헌신하면 휴가도 물질적 여유도 포기해야 했다. 원주민 선교가 곧 교회 사역인 분들은 교회에서 참가비도 지원 받고 사역 이후 휴가도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휴가는커녕 간단한 가족여행조차도 선교 준비를 해야 했다. 선교를 앞두고 마음이 쓰이는 건 피할 수 없고 다녀와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딜 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휴가일수와 사역비로 가족 휴가를 포기해야 하는 원주민 사역이 3년쯤 반복되자 노하우가 쌓인 만큼이나 불만도 쌓였다. 그래서인지 매너리즘도 너무 빨리 왔다. 내심 속으로 ‘이번 선교가 마지막이다. 다음부터는 나도 황금 같은 8월 휴가기간에 우리 아이들과 로키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마음먹었다. 일주일간의 선교를 마무리하는 폐회예배가 끝나자 함께 예배드린 추장님 사모님(비비안)이 내 눈을 애타게 쳐다보며 말했다. “Caleb, Don’t give up my people! Never forget my people!” 사도행전 16장에서 바울을 향해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외침으로 들렸다.

원주민 선교로 나를 부르셨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과연 내가 해야 할 일이 맞는가?’ 그러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보았다. 광야 같은 내 마음 속에, 척박한 내 마음을 가득 뒤덮은 가시덤불에 성령의 불이 임하여 꺼지지 않고 타고 있었다. 자신을 위한 계획으로 가득한 심장에 하나님의 일에 관심이 생긴다면 떨기나무에 불이 붙은 것이다. 나에게도 잔잔히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심장으로 느낄 수 있는 모세의 떨기나무 불꽃이었다. 내 영혼에 임하여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꽃 속에서 음성이 들린다.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의 신을 벗으라.” 내 안에 떨기나무 불꽃이 사그라짐을 비비안이 보고 외쳤다. “Don’t give up my people!”

누구나 하나님께서 확실한 소명으로 불러 주시기만 하면 헌신하리라 생각한다. 육신의 눈이 아닌 믿음의 눈으로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성령님의 불꽃을 확인하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가슴 뛰게 하는 일, 꺼지지 않는 성령의 불로 인생을 이끄시는 방향이 있다. 그것이 바로 떨기나무에 불꽃으로 임하신 하나님의 표징이다. 예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는데도 심장에 불이 없다면 괜히 용쓰지 마라. 40년이 더 필요한 것이다. 허나 그 불을 본다면 빨리 발에서 신을 벗으라. 그리고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위해 일어서라. 모세에게만 위대한 불꽃으로 임하시지 않는다. 가시덤불 같은 우리의 가슴에 여전히 성령님은 불꽃으로 타오른다. 네 발의 신을 벗으라는 음성이 어서 들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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