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핸리의 ‘마녀의 빵’ (2020.04.26)

By
Updated: April 25, 2020

‘마지막 잎새’로 유명한 작가 오 핸리가 쓴 단편 소설 중에 ‘마녀의 빵’이 있어요.

‘미첨’이란 아가씨는 조그마한 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의 미혼여성이에요.

그녀의 빵 가게에는 일주일에 두어 번 방문하는 중년의 단골 신사가 한명 있었는데,

결혼시기를 놓친 미첨은 저렴한 가격에 묵은 빵을 골라 사가는 그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손에 항상 묻어 있는 빨간색과 고동색 얼룩을 보고 혼자 사는 가난한 화가라 생각했죠.

자기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어느 날 그림을 세워 두고 신사의 반응을 살폈는데,

신사가 “멋진 그림이네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미첨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확신했죠.

가난한 화가를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소중한 마음에 미첨은 고민했어요.

신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호의를 표현하고 싶었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사는 묵은 빵 2개를 주문했는데 마침 미첨이 포장을 시작할 때,

‘애애앵~’하는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소방차가 신사의 주의를 끌어주었어요.

신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미첨은 부드럽게 먹으라고 빠른 동작으로 빵 속에 버터를 넣었어요.

그리고는 버터가 들어 있는 부드러운 빵을 먹으며 행복해 할 화가의 모습을 상상했죠.

그런데 다음 날 문이 세차게 열리며 그 신사와 낯선 젊은 사람이 같이 들어왔어요.

신사는 두 주먹으로 계산대를 내려치며 미첨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바보 같이 당신이 뭔 짓을 한 줄 알아? 내 일을 망쳤어. 주제넘은 마녀 같은 여자야!”

같이 들어왔던 젊은 남자는 신사를 진정시키고 문 밖에 세워 놓고 돌아와서 말했어요.

“저 사람은 블룸버거라는 건축 설계사로 새 시청 청사의 설계도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설계도가 완성 되면 지우개 보다는 딱딱한 빵이 밑그림 연필 자국을 잘 지워서 빵을 샀는데,

어제는 버터 때문에 열심히 그린 설계도를 완전히 망쳐 버려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미첨은 방으로 돌아가 화가를 기다리며 입고 있었던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를 벗고,

특별히 신경 써서 얼굴에 발랐던 화장품들도 버리고 낡은 갈색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관심에서 시작되었고 나름 검증까지 거친 좋은 배려가 어떻게 마녀의 빵이 되었을까요?

신중하게 결정한 배려와 섬김조차도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될 수 있다니 대략난감.

바울 선생님은 사랑의 섬김에 지식과 총명이 있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빌1:9)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하지만 하나님을 대체할 수는 없어요.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막는 것은 당연히 사랑이 아니지만,

나비가 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번데기의 몸부림을 도와주는 것도 사랑이 아니죠.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될 것을 내가 깨 주면 ‘후라이’가 되 버려요.

상황에 맞도록 지혜를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수고가 사랑이에요.

하늘로부터 오는 지식과 지혜(총명)로 수고롭게 분별되고 준비된 진정한 사랑을 하세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ime limit is exhausted. Please reload the CAPT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