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갱년기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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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March 27, 2023

기대 수명 90세 시대다. 실제 평균 수명은 낮지만 보통 80세는 넘길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수명’을 다해 죽기 보다는 ‘사명’을 다하는 것이 복이다. 사람은 두 번의 급격한 몸의 변화를 겪는다. 성장을 가져오는 사춘기와 이완하는 갱년기다. 두 시기 동안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감정과 영성에서도 변화가 온다. 영성(신앙)의 사춘기에 관해서는 오래 전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갱년기를 소개한다.

신앙의 갱년기는 거부, 인정, 성화의 과정으로 안정화된다. 40을 넘어 서면 영적 변화가 생겨난다. 풍성하고 익숙했던 것에서 메마름을 느낀다. 무미건조함에서 도망치려고 감동을 주는 일도 찾아본다. 하지만 환경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매사에 불만이 많고 기쁨이 없으며 남을 심판하는 자리에 서기도 한다. 이렇게 신앙의 업다운을 반복하는 이유는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자신의 상태를 인정한다. 삶에 생겨난 고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멈추고 자신을 성찰한다. 잘못된 답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난다. 또 다른 영적 성장으로 도약할 준비가 된 것이다. 물론 다수는 이 과정에서 도약하지 못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일단 다음 단계로 성화를 결정한 사람들은 이미지를 벗어던진다. 남이 나를 어떻게 봐 주기를 바라는 이미지를 벗고 실제 자신을 직시한다. 이미지 관리나 가면은 벗어던지고 하나님 앞에 신실해 진다. 독선과 자아도취를 벗어버리고 자기 관찰을 통해 하나님의 관점을 발견한다. 비록 이 과정에서 좌절과 수치를 겪지만 숨지는 않는다. 남의 평판 보다 하나님의 인정을 갈망하는 시기다.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께 항복한다. 맡김의 자유를 배우고 선한 것 중에서도 최선을 선택하는 지혜가 생긴다. 하나님의 영적 능력에 대한 관심에서 하나님 자신을 영적 재산으로 삼는다. 역경을 극복하고 벗어나야하는 과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이제 영적 성숙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어디든 하나님과 동행하는 성화의 단계인 것이다.

가벼운 그리스도인들도 ‘동행’을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성화된 그리스도인들은 깊이가 다르다. 하나님의 임재와 기쁨과 자유가 있다. 예수님의 웃음과 눈물을 공유한다. 나중에나 깨닫는 ‘모래 위의 발자국’이 아니라 지금 서있는 곳에서 제단을 쌓는다.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취미생활로 어영부영 세월을 낭비하지 않는다. 맡겨진 사명으로 하루가 복되다. 감정이 요동치던 신앙의 사춘기를 잘 보냈던 만큼 갱년기도 잘 보낸다. 완전한 여성과 남성으로 분화되는 사춘기처럼, 갱년기는 부드러운 여성(아니마)성과 결단력 있는 남성(아니무스)성을 배울 기회다. 신앙의 항해에서 좌초되지 않고 굳센 믿음의 소유자들이 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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